KT&G '1대 주주' 포기한 국민연금…행동주의 펀드 공세 더 치열해졌다[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3-11-29 09:59   수정 2023-11-29 14:47

KT&G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D-데이’로 정하고, 다음 달부터 KT&G의 경영 전략과 지배 구조 이슈 등에 집중포화를 퍼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올 3월 KT&G 경영진과 FCP의 주총 대결에서 현 경영진 편을 들었던 국민연금이 최근 KT&G 주식을 대량 매도, 1대 주주 지위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올해 맞대결은 결과를 예단할 수 없을 정도로 한층 치열할 전망이다.
“사장 후보 외부에 개방하라”…12월 총공세 선언한 FCP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FCP가 KT&G를 상대로 지난 10월 10일 제기한 회계장부 등의 열람, 등사를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의 결과가 다음 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FCP가 공개를 요청한 정보는 크게 두 가지다. 전자 담배의 매출과 이익 등을 국내와 해외 시장으로 구분해 정확히 감사보고서에 기재하라는 것이 첫 번째다. FCP측은 백복인 KT&G 사장이 미래 성장 사업인 궐련형 전자 담배 등 차세대 상품 투자에 집중할 것을 촉구해왔다. 이와 함께 FCP는 지난해 4분기에 KT&G가 컨설팅 수수료의 명목으로 1900만달러(약 257억원)를 지출한 것과 관련해 용처를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KT&G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첫 번째 공세는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났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시엔 SM을 공격한 국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먼트자산운용이 더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KT&G가 오랫동안 주가 변동이 거의 없는 ‘은둔의 배당주’인 터라 ‘이슈성’에서 SM에 밀렸다는 얘기다.

KT&G가 2001년 민영화 이후 외국계 뮤추얼 펀드들의 지분이 높다는 점을 악용해 아이칸파트너스 등 해외 헤지펀드의 공세를 여러 차례 받았다는 점도 KT&G 경영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실제 올 3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IBK기업은행 등 KT&G의 1, 2대 주주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 주요 의결권 자문 기관들이 FCP측의 주주제안 대부분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의 미묘한 행보…지분 줄이면서 “의결권 적극 행사
하지만 내년 주총은 작년과는 다른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국민연금의 행보다. KT&G가 8월 7일에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KT&G 지분 약 1%(113만주)를 매도해 2대 주주로 내려왔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7.03%에서 6.20%로 줄면서 최대 주주 자리는 IBK기업은행이 물려받았다. 국민연금이 KT&G 최대 주주에서 밀려난 건 22년 만이다.

1, 2대 주주가 자리를 맞바꿨을 뿐이어서 내년 주총에서도 이들이 FCP에 우호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작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의 KT&G 지분 매각은 시점이 미묘하다. KT&G 주가는 지난해 10월 26일 FCP가 1차 공세를 편 이후 11월 30일 장중 한때 10만원까지 올랐으나, 3월 28일 주총이 경영진의 승리로 끝나자 8만5400원으로 떨어졌다.

이후 8월까지 8만원대 초반에서 주가가 횡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은 매각으로 꽤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지분 매각과 함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IB업계 관계자는 “올 주총에서 경영진 손을 들어준 터라 내년에 갑자기 입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는 건 수탁위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의 행보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상황 변화가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KT&G 경영권 분쟁, '공공 성격 갖는 상장사'의 주주 가치 논쟁 촉발
게다가 내년 주총은 KT&G 경영진 교체와 관련한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10월부터 KT&G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백복인 사장은 내년 3월 말로 임기가 종료된다.

FCP는 다음 달 총공세를 펴면서 KT&G 대표이사 선임 과정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알려졌다. KT&G와 비슷한 시기에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전환한 KT와 포스코가 사장 후보 추천에서부터 최종 선발까지 2~3개월의 시간을 거치는 데 비해 KT&G는 불과 5일 만에 사장을 선임하는 등 과정 자체가 문제라는 게 FCP측의 주장이다.

FCP는 이와 함께 ‘KT&G 임원’으로 제한된 사장 후보를 외부에 개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KT&G는 민영화 이후에도 오랫동안 외압에 시달렸다. 정치권에서 낙점한 인물이 사장으로 내려오는 일명 ‘낙하산’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사장 후보를 제한해왔다. 이에 대해 FCP측은 민영화 이후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외부 전문가에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T, 포스코만 해도 전문 능력만 갖췄다면 출신과 관계없이 사장 후보에 도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 KT&G의 사장 후보 선임은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돼왔다”며 “후보자 모집 과정에 공모, 전문기관 추천 등 여러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2019년에 추진한 지배구조 고도화 프로젝트를 통해 최고경영자 선임 프로세스를 보다 체계화했으며 향후 관련 절차들 또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T&G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를 계기로 공공의 성격을 갖는 상장사의 발전 방향과 관련한 논쟁이 촉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사인 만큼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과감한 지배 구조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주인 없는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돼 특정 세력의 이윤 추구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설 전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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